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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테주 시골 마을 여행, 포도밭 트램 투어와 현지 재래시장

by claire53432 2025. 4. 9.

포르투갈은 리스본과 포르투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깊은 매력을 지닌 나라입니다. 도시의 북적임을 벗어나 시골 마을과 포도밭, 그리고 재래시장 속으로 들어가 보면 포르투갈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알렌테주의 고즈넉한 마을, 도우루 강의 풍경 속 트램 여행, 그리고 현지 재래시장 아침 풍경을 통해 느린 여행의 묘미를 소개합니다.

포르투갈 알렌테주 몬사라즈

알렌테주 시골 마을 여행 (몬사라즈, 에보라)

포르투갈 남동부에 위치한 알렌테주는 관광객의 발길이 덜 닿은, 조용한 시골 풍경과 유서 깊은 마을들이 펼쳐진 지역입니다. 평온한 들판과 포도밭, 돌담 너머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골목은 마치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의 대표적인 두 마을, 몬사라즈(Monsaraz)와 에보라(Évora)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먼저 몬사라즈는 알렌테주의 진짜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언덕 위의 마을입니다. 흰 벽과 파란 창틀로 꾸며진 집들이 언덕을 따라 줄지어 있고, 그 중심에는 중세의 성채가 위엄 있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보존되어 있어 자동차는 물론, 대형 간판 하나 없이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각 가정집 창가마다 놓인 꽃 화분과 돌바닥의 질감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몬사라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성벽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이었습니다. 남쪽으로는 포르투갈-스페인 국경을 따라 흐르는 알케바 호수가 펼쳐지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는 마치 유럽 속 고요한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을 카페에서는 직접 재배한 올리브유를 곁들인 빵과 현지산 와인을 맛볼 수 있어, 조용한 하루를 천천히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에보라는 몬사라즈보다 조금 더 도시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그 속에는 2천 년에 가까운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로마 시대 신전, 중세 수도원, 고딕 양식의 성당, 이슬람풍의 건축까지 다양한 문명이 남긴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어, 마치 유럽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에보라의 로마 신전(Temple of Diana)은 잘 보존된 고대 유적 중 하나로, 도시 중심부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주변의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통 공예 상점과 작은 카페들이 이어지고, 좁은 골목 끝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광장은 여행자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에보라 대성당에 올라가면 붉은 기와지붕과 끝없이 펼쳐진 알렌테주 평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포르투갈 내륙의 광활함을 직접 체감할 수 있습니다. 알렌테주의 매력은 단지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마을 장터에서 만난 할머니의 포르투갈식 치즈 설명, 골목 끝 카페에서 마주한 은퇴한 장인의 웃음, 손으로 직접 짠 레이스와 도자기 작품 등은 이 지역의 따뜻한 온기를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 남깁니다. 알렌테주 여행은 화려한 볼거리 대신, 느림과 고요 속에서 진짜 포르투갈을 만나는 여정입니다. 몬사라즈와 에보라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삶의 결을 느끼는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따뜻한 햇살과 오래된 돌길을 따라 걷고 싶다면, 알렌테주가 정답일 것입니다.

도우루 강 포도밭 트램 투어

포르투갈 북부를 흐르는 도우루 강(Douro River)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의 고향이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중 하나로 손에 꼽힙니다. 강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테라스형 언덕들, 그리고 고즈넉한 와이너리 마을들이 이어지는 이 지역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처럼 느껴집니다. 도우루 강을 따라 즐기는 포도밭 트램 투어는 이 특별한 풍경 속을 천천히 누비며 여행자에게 포르투갈 특유의 느림과 풍요로움을 체험하게 해주는 경험입니다. 이 트램 투어는 주로 포자(Corgo) 철도 또는 레가도(Legado do Douro) 트램 코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대표적인 구간은 헤귀아(Régua)에서 피냐웅(Pinhão)까지 이어지는 루트입니다. 이 구간은 특히 와인 산지로 유명하며, 가파른 언덕을 따라 계단식으로 조성된 포도밭이 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어 ‘도우루 계곡의 심장부’라 불립니다. 트램은 빠르지 않습니다. 느리게, 때로는 멈추기도 하며, 창밖으로는 포르투갈 농부들의 일상과 전통 와이너리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느림이야말로 도우루 강 여행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특히 가을철 수확기에는 포도밭이 붉은빛과 황금빛으로 물들어 트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와이너리에서는 수확 축제가 열리며, 전통 방식으로 포도를 밟아 만드는 체험과 함께 포트 와인을 직접 시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됩니다. 트램은 대부분 유리창이 넓고 좌석이 편안하게 구성되어 있어,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기에도 좋습니다. 기차 여행과는 또 다른 감성적인 이동 수단으로, 풍경을 따라 흘러가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여행이 됩니다. 여정 중간에는 피냐웅(Pinhão) 역에 잠시 정차하는데, 이곳은 아름다운 아줄레주(포르투갈 전통 타일)로 장식된 역사로 유명합니다. 역 내외부에 그려진 도우루 지역의 와인 생산 과정과 옛 마을 풍경은 마치 작은 미술관처럼 느껴지며, 사진을 찍는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역 근처에는 소박한 카페와 와이너리가 모여 있어 짧은 시간 동안 지역 와인을 맛보거나 가벼운 간식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트램 투어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도우루 강을 따라 이어지는 문화와 자연, 삶을 동시에 느끼는 이동 경험입니다. 여행자가 와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이 지역을 천천히 누비는 트램의 리듬과 창밖의 평화로운 풍경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감동을 줍니다. 도우루 트램 투어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봄과 가을이 특히 추천됩니다. 여름은 더운 날씨와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혼잡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일부 노선 운행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여행 전 공식 웹사이트나 지역 관광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과 일정 확인은 필수입니다. 만약 포르투갈 여행 중 단 하루라도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도우루 강 트램 위에 몸을 맡겨보시길 바랍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포도밭의 풍경과, 그 안에서 마주하는 여유는 포르투갈 여행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현지 재래시장 아침 풍경기

포르투갈의 아침은 커피 한 잔과 바삭한 파스텔 드 나타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진짜 포르투갈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재래시장(mercado)입니다. 이른 아침, 현지 시장은 여행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포르투갈의 문화와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온기가 흐르는 이곳은 여행 일정 속 작지만 가장 진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리스본의 캄포 데 우리크(Campo de Ourique) 시장과 포르투의 볼량 시장(Mercado do Bolhão)이었습니다. 두 시장 모두 새벽부터 분주하게 문을 열고, 오전 7~8시 무렵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 장을 보러 모여들며 활기를 띱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산처럼 쌓인 제철 과일과 야채들. 딸기와 무화과, 주황빛 감귤과 잘 익은 토마토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상인들은 “호멘지냐!”(친절한 말투로 ‘이봐요’) 하며 손님들을 반깁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신선한 해산물과 치즈, 포르투갈 특유의 염장 대구(바깔라우)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어떤 상인은 직접 만든 올리브 절임과 고추 마리네이드를 시식용으로 내놓고 있었고, 현지 어르신들은 그 앞에서 작은 포크로 맛을 본 후 천천히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은 마치 포르투갈 사람들의 식탁 준비 과정을 엿보는 듯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시장 내에는 조용한 카페와 간이식당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신선한 빵에 치즈를 올리고 따끈한 갈라오(우유 들어간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시장을 둘러보는 아침은 여느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상의 여유를 안겨줍니다. 포르투갈인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준비하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어떤 이는 그날의 점심 메뉴를 정하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살아 있는 중심인 셈입니다. 특히 여행자로서 이곳을 방문하면 포르투갈의 식문화를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채소가 제철인지, 바깔라우는 어떻게 손질되는지, 현지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향신료를 사용하고 어떤 빵을 고르는지. 이 모든 것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짧은 여행 중이라면 구입은 어렵더라도, 현지 상인들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몇 가지 맛을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일부 시장은 정오 이전에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방문해야 가장 활기찬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인기 있는 시장의 경우 현지 투어와 연결된 프로그램도 있으니 사전 예약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시장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크게 사진을 찍기보다는 조용히 관찰하고, 정중히 말을 건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포르투갈의 재래시장은 소박하지만 깊은 이야기로 가득한 곳입니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바로 이처럼 평범한 아침 속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도시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시장의 온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진짜 포르투갈의 숨결이 그곳에 있습니다.